분류 전체보기21 편지를 쓰던 시절 예전, 오래된 물건을 정리하다 남편의 앨범을 보게 되었다.어린 시절 사진이며 군대 시절 사진, 그리고 수십 통의 연애편지가 곱게 모셔져 있었다."건강 조심해", "너무 보고 싶어", "사랑해"간직된 편지마다 진심이 오롯이 담겨 있었다.어떤 편지엔 “사랑하지만 헤어져야 할 것 같다”는 문장이 덜컥 적혀 있기도 했다.그렇게 애절했는데, 왜 헤어졌을까?나는 남편을 힐끗 쳐다보며 웃었다.“지금이라도 도로 모셔가셔도 되는데요?”남편은 손사래를 치며, 자기는 그냥 받기만 했다고 했다.그래도 그 모든 편지를 그대로 간직해 온 걸 보면,그 사랑이 귀하고 고마웠던 기억이었겠지 싶다. 나는 어려서부터 편지를 참 좋아했다.휴대폰도, 메신저도 없던 시절.손편지는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유일한 창이었다.어버이날이면 일.. 2025. 6. 11. 잠이라는 보약 한동안 불면증에 시달렸다.갱년기의 전형적인 증상이라며 공감하는 사람들도 많았다.여태 겪었던 갱년기 증상이라곤 약간의 우울감이 전부였기에,불면증이 이렇게까지 생체리듬을 무너뜨릴 줄은 몰랐다.멍하니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 날이 많았고,피곤해도 낮잠은 오지 않았다.밤에는 겨우 잠들었다 싶으면 자정이나 새벽 1시에 깨기 일쑤였다.눈은 감고 있지만 머릿속은 맑기만 한 상태.다시 잠들 생각에 조바심이 나면서 불안감이 찾아왔다.결국 잠을 포기하고 책을 보거나 유튜브를 보는 날들이 많아졌다.오프날이면 억지로 피로하게 만들려고 등산을 가거나집안일을 벌였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더더욱 한 달에 세 네 번 있는 나이트 근무는늘 뜬눈으로 보내기 일쑤였다. 휴식 시간에도 몸은 전혀 잠들지 않았다.눈만 감고 있을 뿐, 머리부터 발.. 2025. 6. 9. 친구라는 기적 '진짜 친구, 그 한명으로도 충분하다.' 살아가면서 많은 친구가 필요 없고,진심을 나눌 수 있는 친구 한두 명이면 된다는 말을 자주 들으며 살았다.중년의 나이가 되어 뒤돌아보니, 그 말이 참 맞는 말이었구나 싶다.젊은 시절, 남편은 지인도 많고 친구도 많은 사람이었다.여행을 좋아하고, 술을 좋아하고, 사람을 좋아하니 사교성도 좋았다.늘 주변엔 사람들이 끊이지 않았다.나는 그와는 정반대의 성향이다.동적인 것보다는 정적인 것을 좋아하고,대표적인 집순이에다 여행도 그다지 즐기지 않는다.낯가림이 심해서 새로운 사람에게 마음을 여는 데 시간이 걸리는 편이다.그래서인지 모임도 단조롭고, 친구의 수는 많지 않다.'관계의 민낯이 드러난 순간' 2000년도 IMF.남편의 사업이 부도나고 법적인 문제가 얽히며 한동안 경찰.. 2025. 6. 9.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을 것인가? 경기가 불안정해지면서 나는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접었다.뭘 좀 해볼까 고민하다가, 간호조무사 자격증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이 자격증이 우리 나이대에 꽤나 선호된다는 말도 있었고,앞으로도 전망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자격을 취득하자마자 곧바로 요양병원에 취업했다. 내가 근무하게 된 곳은 중환자 병동.시한부 판정을 받고 마지막 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대부분이었다.죽음을 기다리며, 침대 밖 생활은 꿈도 꾸지 못하는 분들이었다.처음 병실을 둘러보던 날.그 비참함에, 가슴이 먹먹해졌다.‘다른 세상으로 가셨다’는 말 안엔이토록 힘겨운 과정이 숨어 있었구나.죽을 만큼 고통스러운 시간을 지나야 하는구나.깊은 놀라움과 두려움이 밀려왔다. 젊었을 적 핸드볼 선수를 하셨다는 할머니는정신을 잃은 채 병원에 오셔서 2년.. 2025. 6. 6. 이전 1 2 3 4 5 6 다음